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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매경 이코노미 기사(201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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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최저임금법의 역설…임금 올리려다 일자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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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공지사항 게시판에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주민투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노승욱 기자>

# 지난 3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로부터 A4용지 7장 분량의 안내문을 받았다. 현재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되는 경비원 임금이 내년부터 100% 적용돼 관리비 부담이 커지므로 경비원을 절반(10명 → 5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입주민 동의서였다. 경비원을 줄이지 않으면 용역비가 연간 3500만원 이상 증가해 109㎡(32평) 가구 기준 관리비가 연간 7만원 늘어난다는 계산표도 첨부돼 있었다. 입주민들은 4월 11일까지 경비실에 마련된 투표함에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A아파트 입주민(43)은 “경비원을 5명으로 줄일 경우 관리비 절감액(32평 가구 기준 연간 21만4000원)이 상당하고 어차피 부결되면 하반기에 또 주민투표를 할 것으로 보여 통과시키자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 아파트 경비원 고용에 노란불이 켜졌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잠깐용어 참조, 이하 ‘감단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률이 현행 90%에서 내년부터 100%로 인상되는 게 발단이 됐다. 아파트 관리비 증가에 부담을 느낀 주민들이 고육지책으로 경비원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법이 오히려 고용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감단 근로자는 그간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감시 근무는 다른 업무에 비해 심신의 피로가 적은 직종이란 판단에서다. 정부가 2007년부터 감단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최초 적용률이 70%에 그쳤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후 감단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률은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2008~2011년에는 80%로 올랐고 2012년부터는 100%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0% 적용을 불과 4개월 앞둔 지난 2011년 8월 고용노동부가 전국 1234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 123명과 경비원 21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면 경비원 용역비가 32.5%나 급증해 관리비 부담 완화를 위해 경비원의 12%가 해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 반면 90%를 적용하면 경비원이 5.6%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는 최저임금 100% 적용 시점을 2015년으로 3년 유예했다.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돼온 기간 동안 경비원의 처우가 그만큼 개선됐을 듯싶지만, 이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경비비 부담을 덜기 위한 주민들의 꼼수도 그만큼 진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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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0% 되면, 경비비 25%↑

당장 고용 감소가 상당했다. 한국경비협회에 따르면 2012년 최저임금 적용률이 90%로 조정된 후 경비원 고용이 약 20%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살아남은’ 경비원은 임금이 다소 올랐겠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세졌다. 관리해야 하는 아파트는 그대로인데 인력만 줄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장홍석 한국경비협회 서울지방협회 사무국장은 “기존에 한 초소가 아파트 2동을 관리했다면 이젠 3~4동을 관리하는 게 보통이다. 이전보다 경비 공백이 늘어나고 경비 개개인의 일은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이미 2012년에 인력 조정이 대폭 이뤄진 만큼, 더 이상 경비원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인력을 줄이는 대신 임금이 지급되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의 경우 보통 하루 18시간 근무하고 6시간 휴식하는데 휴식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는 식이다. 그러나 휴식시간이 늘었어도 아파트 순찰,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수령 등 경비원의 고유 업무 자체는 줄지 않은 만큼 늘어난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는 게 일선 경비원들의 하소연이다.

2012년 최저임금 인상 후 휴식시간이 6시간에서 8시간이 된 서울 도봉구 B아파트 경비원(63)은 “최저임금이 높아졌다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결국은 달라진 게 없다. 반면 근무 강도는 더 세졌다. 예전엔 3시간에 하던 일을 2시간 만에 하고 1시간 더 쉬라는 식이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이번엔 휴식시간을 10시간으로 늘리자고 나올 판”이라고 푸념했다.

경비 서비스 질 저하로 인한 주민 불편 도 우려된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더 그렇다. 최신식 아파트는 단지 출입구 일원화, 자동문 설치, CCTV 감시 등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설계돼 경비원의 역할이 이미 많이 축소됐지만, 자동화 시스템이 미비한 구형 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경비원 임금이 낮았던 예전엔 각 동마다 초소가 있어 주민들의 이름도 다 외울 만큼 관계가 돈독했다. 하지만 요즘은 경비원 한 명이 3~4동을 관리하다 보니 관계도 서먹해지고 그만큼 관심도 덜 쓰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파트 주민들은 관리비 부담 경감을 위해 경비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경비원 임금 상승분이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전가되고 있어 가계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적용률이 10% 인상되면 경비비가 10%만 오르는 게 아니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분(6~7%)과 적용률 인상분 10%, 그리고 4대 보험 등 간접노무비까지 포함하면 경비비 인상분은 25% 안팎이다”라며 “아파트 관리비에서 경비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만큼 정부에서 대책을 안 세워주면 대량 해고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최저임금 적용률 인상 시기를 연기하든지 인상분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금을 주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비용역업계는 물론, 아파트 경비원조차 최저임금 인상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민투표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차라리 90%를 적용하고 고용이 유지되는 게 낫다”며 “해운대구면 부산에서도 잘사는 동네인데도 연간 7만원의 관리비 증가를 부담스러워하는데 다른 동네는 오죽하겠나”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장홍석 사무국장은 “한국경비협회 공식 입장은 최저임금 적용률 90%를 유지하고 대신 10% 인상분을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비원이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것은 도심 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 경찰이 공(公)경비라면 아파트 경비원은 민간 경비로서 공경비를 보완하는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근거에서다.

최저임금 100% 적용 시점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벌써 경비원 줄이기에 나선 아파트도 등장했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100% 적용 시 경비원 고용 감소가 얼마나 될지 전망에 대한 연구용역도 현재 발주만 해놓았을 뿐, 사업자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뿐 아니라 고용노동부는 2012년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늘리는 아파트에 대해 지도·감독을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적발 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휴게시간은 노사(경비원-입주민)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제도가 가진 속성상 이 같은 경비원 줄이기 움직임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오른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고용이나 근로시간을 감축하려는 게 당연하다는 것.

해법은 없을까.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파트 경비원은 장시간 근로자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100% 적용할 경우 입주민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며 “정부가 임금 인상률을 강제하지 말고 입주민과 경비원이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임금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 3월 발표한 ‘서울시 아파트 경비 노동자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재 대다수 아파트는 해당 단지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구 수가 적은 아파트는 관리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가구 수가 적더라도 경비원을 최소 2명은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인접한 지역의 아파트 단지끼리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파트 관리의 범위를 현재 ‘단지’ 단위에서 ‘지역’ 단위로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대안을 제안했다.
매경 이코노미 기사(2014. 4. 11) 관리자 2014.04.25 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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