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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겨레신문 기사(2014. 10. 20)
작 성 자 관리자

최저임금도 안 주려…아파트 경비원 ‘집단 해고’ 하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년 ‘100% 적용’ 시행 앞두고
아파트 ‘올해까지만 계약’ 많아
90%로 오른 2년 전 대량 해고
무임금 휴게시간 늘리는 ‘꼼수’도
쉴틈없이 일해도 법 적용 못 받고
70%가 주민들 언어 폭력 경험

“택배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아파트 주민이라면 한번쯤은 택배 기사에게 건넸을 얘기다. 하지만 택배를 맡아주는 것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고유 업무가 아니다. 주민들 차량 주차와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업무까지 대신했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집단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황아무개(66)씨는 8월 경비반장한테서 서류 한 장을 받았다. ‘사용 근로계약서’라고 적힌 이 종이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계약기간이 8월1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5개월로만 돼 있었다. 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보통 1년마다 계약서를 새로 써왔다. 황씨는 “반장한테 5개월 단위 계약의 이유를 물어도 모른다고만 했다. 관리소장이 ‘내년에 월급이 오른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걱정은 괜한 게 아니다. 2011년까지 최저임금 80%가 적용되던 경비노동자들 월급이 2012년부터 최저임금 90% 선으로 올랐다. 그러자 경비노동자들 일부가 해고되기 시작했다. 한국경비협회는 당시 경비노동자의 10~20% 정도가 해고된 것으로 본다. 장홍석 한국경비협회 서울지방협회 사무국장은 “임금이 오르자 아파트 한 동을 한 사람이 책임지다가 세 동을 두 사람이 책임지는 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100%(시간당 5580원)가 적용되면 일부 경비노동자들은 다시 해고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일자리를 잃지 않아도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무임금 휴게시간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사무국장은 “입주민들은 (월급 인상에 따른) 관리비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경비회사 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이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느 아파트 경비노동자처럼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노원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김아무개(63)씨는 지난해 하루 7시간이던 무임금 휴게시간이 올해 8시간으로 늘었다. 식사와 수면을 위한 무임금 휴게시간을 경비회사가 늘려잡아 결과적으로 임금을 깎았다. 김씨는 “휴게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사실상 근무를 하는데 휴게시간이라고 해서 돈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올해 초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무임금 휴게시간인) 경비원들의 점심·저녁식사 시간을 30분씩 늘린다는 공지가 붙었다. 경비원들이 이 문제로 상담을 많이 한다”고 했다.

경비노동자는 일하는 시간과 ‘대기’ 시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간헐적 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경비노동자들은 청소할 때를 빼고는 거의 24시간 초소를 지킨다. 1월부터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일하는 이아무개(58)씨는 “아파트 지하에 휴게실이 있지만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입주민들이 찾았을 때 초소에 없으면 민원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고용형태 탓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 경비노동자 박아무개(56)씨도 “주차난 때문에 차량을 빼주다 사고라도 나면 100%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월급 중 10만원을 사고 대비 적금으로 붓고 있다”고 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9월 한 달간 아파트 경비노동자 152명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였다. 평균 66.2살인 경비노동자들이 본래 업무인 방범·안전점검(22.1%)만큼이나 청소(22.6%)나 택배 업무(20.5%)에도 많은 시간을 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언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경비원 분신 시도가 일어난 데서 보듯, 지난 1년 사이에 입주민·방문객에게서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비율도 69.4%에 달했다.

20일 국회에서는 ‘아파트 경비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에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최저임금 100% 적용 때문에 집단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경비원과 용역업체, 입주민과 정부가 모여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한겨레신문 기사(2014. 10. 20) 관리자 2015.03.27 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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